레시피를 든 창업자, 냉장고를 연 창업자

목표를 먼저 세우는 코즈에이션, 리소스를 먼저 살피는 이펙츄에이션

창업을 설명하는 논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

목표를 먼저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단을 찾아 내려오는 방식을 코즈에이션(causation), 손에 쥔 수단을 먼저 펼쳐놓고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목표를 뒤에 정하는 방식을 이펙츄에이션(effectuation)이라 부르는데, 이 개념은 사라스 사라스바티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의 지도 아래 쓴 1998년 카네기멜런대 박사논문에서 나와 2001년 경영학 저널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실리며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버지니아대 다든(UVA Darden)에 있는 그녀는 이 둘의 차이를 저녁 식사로 설명한다.

한쪽은 레시피를 고르고 재료 목록을 적어 마트로 나가고, 다른 한쪽은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확인한 다음 오늘 저녁이 무엇이 될지 결정한다.

사라스바티는 15년 이상 회사를 세워 온 창업자 27명에게 창업 첫해의 결정 열 개를 던지고 판단 과정을 전부 소리 내어 말하게 했다.

그들 중 65%가 이펙츄에이션에 전체 시간의 75%를 썼다.

반면 같은 문제를 MBA 학생들에게 줬을 때, 그들은 시장을 정의하고 표적을 좁히고 자원을 배치하는 교과서적인 접근법을 보였다.

커리 인 어 허리(Curry in a Hurry) 그녀의 케이스에서는 인도 음식점을 열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한다.

코즈에이션은 상권을 조사하고, 경쟁 점포를 분석하고, 손익분기 좌석 수를 계산하고, 보증금을 마련한 다음 문을 연다.

이펙츄에이션은 아는 사람 몇을 불러 저녁을 차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손님 한 명이 회사 행사 케이터링을 부탁하고, 다른 한 명은 소스를 병에 담아 팔것을 제안하고, 그렇게 굴러가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회사가 하나 남는다.

처음의 목표는 중간 어디쯤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코즈에이션의 세계에서 이 상황은 계획 실패로 기록되지만, 이펙츄에이션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정상이다.

손에 쥔 것부터 센다 사라스바티는 이펙츄에이션을 움직이는 원칙 다섯 개를 제시한다.

첫 번째 원칙의 이름은 손안의 새(Bird-in-Hand)다.

창업은 세 개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나는 누구를 아는가.' 이걸 만지작거리다 보면 목표는 나중에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아직 냉장고를 열어보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감당 가능한 손실(Affordable Loss)이다.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기대수익을 계산해 리소스 투입을 정하지 않았다.

전부 날려도 다음 판에 다시 앉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을 먼저 그어두고, 그 선 안쪽에서만 계획을 했다.

그래서 창업자들을 리스크 애호가로 보는 것은 선입견이다.

그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이미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크레이지 퀼트(Crazy-Quilt)다.

도안 없이 만드는 이불에서 온 이름으로, 손에 들어온 천 조각을 그때그때 이어 붙이다 보면 이불의 모양이 뒤늦게 결정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어 붙이는 천 조각은 사람이다.

코즈에이션이 진입 전에 경쟁자를 분석하고 빈자리를 찾는 동안, 이펙츄에이션은 이 판에 함께 들어오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을 찾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네트워크든 자기 이름이든, 잃을 것을 걸고 들어오는 쪽이 파트너가 된다.

선불로 개발비를 대는 고객은 매출처이면서 투자자이자 제품 사양의 결정권자이고, 앞의 인도 음식점 케이스에서 케이터링을 부탁한 손님은 그 자리에서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다.

파트너가 하나 붙을 때마다 쓸 수 있는 자원이 늘고, 동시에 이 회사가 무엇이 될지가 변한다.

계획이 파트너를 부르는 순서가 아니라 파트너와 계획을 써나가는 것이다.

네 번째 레모네이드(Lemonade)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정보로 처리하는 습관이고, 다섯 번째 비행사의 조종사(Pilot-in-the-plane)란 미래를 예보의 대상에서 생성의 대상으로 옮기는 태도다.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우리는 그것을 예측할 필요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냉장고 물론 자본이 무겁고 규제가 촘촘한 산업에서는 코즈에이션이 유리하며, 반도체나 바이오 산업에서 냉장고 먼저 열어보자는 제안은 터무니 없다.

그럼에도 시장도 제품도 고객도 없는 제로의 상황, 창업이 실제로 시작되는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예측이 불가능할 때는 내 손에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렇게 해본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세 개의 목록을 적는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누구를 아는지.

그 다음 잃어도 되는 금액과 시간의 상한을 적고, 그 선 안쪽에서는 이윤을 따지지 않기로 한다.